
군대 가면 몸이 좋아진다는 말, 나한테는 해당 없었다
군대 가기 전부터 마른 몸이 콤플렉스였는데, 그래서 솔직히 군대를 은근히 기대한 면이 있었다.
주변에서 "군대 갔다 오면 몸 좋아진다더라"는 말을 종종 했으니까. 규칙적인 생활, 체력 훈련, 단체 식사 이런 게 쌓이면 뭔가 달라지지 않을까 싶었다.
전역하고 나서 거울을 봤을 때의 기분은 아직도 기억난다. 별로 달라진 게 없었다. 체력은 좋아졌겠지만, 몸 자체는 그대로였다. 군대에서 하는 운동은 체력 단련이지, 근육을 키우는 개념은 아니었다. 달리기, 팔굽혀펴기, 윗몸일으키기 등 몸을 만드는 것과는 거리가 멀었다. 그걸 그때는 몰랐던 거다.
복학하고 나서 더 절실해졌다
전역 후 대학교에 복학했다. 새 학기, 새로운 사람들.
새로 시작하는 느낌이 있었는데, 그와 동시에 마른 몸 콤플렉스가 다시 올라왔다. 군대까지 다녀왔는데 달라진 게 없다는 게, 이전보다 더 허탈하게 느껴졌다.
새로운 사람을 만날 때마다 위축되는 그 느낌은 전역 후에도 그대로였다. 사실 군대 가기 전에 동네 헬스장을 잠깐 등록한 적도 있었는데, 뭘 해야 할지 몰라서 런닝머신만 타다 끝났다. 그 경험 때문에 헬스장이라는 공간 자체에 대한 인상도 좋지 않았다. 뭔가 나는 거기서 할 게 없는 사람 같은 느낌이었다.
이대로는 안 되겠다는 마음
이대로 계속 살기 싫다는 생각이 그 어느 때보다 강하게 들었다.
유전이니까 어쩔 수 없다고, 체질이니까 포기하자고 생각해왔는데.
그게 더 이상 위안이 안 됐다. 군대도 못 바꾼 몸이라면, 평생 이대로일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 생각이 무서웠다.
예전엔 그냥 운동만 하면 된다고 생각했는데, 한 번 실패한 경험이 있다 보니 이번엔 좀 달라야 한다는 감이 있었다. 혼자서는 안 될 것 같았다. 누군가의 도움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처음으로 들었다.
군대도 바꾸지 못한 몸이라면 평생 이대로일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게 오히려 움직이게 만든 힘이었다.

전단지 한 장, 그날 바로 등록했다
그러던 어느 날, 길을 걷다가 전단지를 하나 받았다. PT 전문 센터 홍보 전단지였는데, "마른 몸 탈출"이라는 문구가 딱 눈에 들어왔다. 별생각 없이 받은 전단지였는데 그 문구 하나에 꽂혀버렸다. 충동적이었는지, 그날 바로 그 센터를 찾아가서 PT를 등록했다.
지금 생각해보면 여러 군데 알아보고 비교해봤어야 했는데, 그냥 그 문구 하나에 꽂혀서 바로 결정해버린 거다. 그만큼 간절함이 컸던 것 같다. 더 이상 이 몸으로 살기 싫다는 마음이.
PT 전문이라 일반 헬스장처럼 사람이 북적이지 않았고, 그 점이 오히려 나한테는 부담이 덜해서 좋았다.
그날의 결심이 갖는 의미
지금 돌이켜보면 그 전단지를 받은 게 운이라면 운이었다. 근데 운만으로 등록까지 이어진 건 아니다.
군대 전 한 번의 실패, 전역 후의 허탈함, 그 안에서 쌓인 간절함이 있었기에 그 전단지 한 장에 바로 움직일 수 있었던 거다.
준비된 상태에서 계기를 만난 거랄까.
그날 등록한 PT가 완벽한 선택이었는지는 모르겠다. 그 이후의 과정에서 시행착오도 많았다.
근데 적어도 그 전단지를 받은 그날, "이번엔 혼자 하지 않겠다"는 결심을 했다는 게 의미가 있었다. 군대도 못 바꾼 몸을, 그제서야 처음으로 제대로 바꿔보겠다는 마음을 먹은 날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