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카테고리 없음

런닝머신만 타다 오히려 살 빠진 마른 남자의 흑역사

by comeupwith 2026. 6. 20.

런닝머신이 유일한 안전지대였다

 

런닝머신이 유일한 안전지대였다

헬스장에 등록하고 나서 며칠이 지나도 패턴이 바뀌질 않았다. 들어가면 런닝머신으로 직행, 한 시간 타고 나오는 게 전부였다. 기구 쪽을 슬쩍 쳐다보기는 했는데, 선뜻 발이 안 떼졌다. 뭘 어떻게 해야 하는지 몰랐고, 잘못하다 이상해 보일까봐 괜히 쭈뼛거리는 것보다 런닝머신이 속 편했다. 거기선 그냥 걷거나 뛰기만 하면 되니까. 뭔가 하고 있다는 느낌은 나니까.

 

그게 문제였다. 하고 있다는 느낌과 실제로 되고 있다는 건 다른 얘기였다. 마른 몸을 찌우고 싶어서 헬스장에 등록했는데, 정작 하는 건 유산소 운동뿐이었다. 유산소가 나쁜 건 아니지만, 살찌우는 게 목적인 마른 사람한테 유산소 위주는 오히려 역방향이다. 체중이 더 빠질 수밖에 없는 구조였던 거다.

 

매일 가도 체중계 숫자가 내려갔다

 

매일 가도 체중계 숫자는 변화가 없었다

그렇게 꾸준히 갔다. 한 달 가까이 거의 매일 헬스장을 다녔다. 나름 성실하게 간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체중계가 말을 안 들었다. 그대로이거나, 오히려 조금 빠졌다. 멸치 탈출하러 갔다가 더 멸치가 돼 가고 있는 상황이었다.

 

처음엔 내가 끈기가 없는 탓이라고 생각했다. 아직 충분히 안 한 거 아닐까, 더 열심히 하면 달라지겠지 싶었다. 근데 지금 돌아보면 끈기의 문제가 아니었다. 방향이 틀렸던 거다. 아무리 열심히 가도 거기서 하는 게 런닝머신이라면, 마른 몸이 바뀔 리가 없다. 노력의 방향이 잘못되면 열심히 할수록 오히려 멀어지는 법이다.

 

끈기가 없어서 실패한 게 아니었다. 방향 없이 열심히 한 게 문제였다. 런닝머신 위에서 아무리 땀을 흘려봐야, 목적지가 거기가 아니면 소용없다.

 

결국 나약함 탓을 했다

성과가 없으니까 의욕이 꺾였다. 가는 발걸음이 점점 무거워졌고, 어느 날부터는 안 가는 날이 늘었다. 그리고 결국 끊겼다. 조용히, 특별한 선언도 없이 그냥 안 가게 됐다.

 

그 시절 내린 결론은 나는 의지가 약한 사람이라는 거였다. 체질도 안 되고, 끈기도 없고, 뭘 해도 안 되는 사람인가 싶었다. 지금 생각하면 그 자책은 잘못된 거였다. 잘못된 방법으로 열심히 하다가 안 된다고 자기 탓만 한 거니까. 방법이 잘못됐으면 방법을 바꿨어야 했는데, 그 생각 자체를 못 했던 거다. 정보가 없었고, 도움받을 데도 없었고, 혼자서 버티다 혼자 포기한 거였다.

 

지금이라면 달랐을 거다

그 시절과 지금을 비교하면 환경 자체가 많이 달라졌다. 헬스장 수준도 올라갔고, 처음 등록하면 트레이너가 OT 개념으로 기구 사용법을 친절하게 알려주는 곳도 많다. SNS에 검색만 해도 마른 체형이 어떻게 운동해야 하는지 영상이 쏟아진다. 그 시절의 나에게 지금 이 환경을 줬다면, 런닝머신만 타다 끝나는 일은 없었을 것 같다.

 

그리고 하나 더. 혼자 방향을 잡기 어렵다면 PT를 받아보는 것도 나쁘지 않다. 물론 트레이너를 잘 만나야 한다는 전제가 있긴 하다. 내가 처음 PT를 받았을 때도 완벽한 방법은 아니었지만, 그래도 방향이 생겼다. 런닝머신만 타다 조용히 끝난 것과는 달랐다. 방향이 없는 노력은 아무리 열심히 해도 제자리걸음이다. 그걸 런닝머신 위에서 배웠다. 한 달 동안이나.


소개 및 문의 · 개인정보처리방침 · 면책조항

© 2026 하루하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