많이 먹는다는 착각
많이 먹는데 살이 안 쪄요.
마른 사람들이 가장 자주 하는 말 중 하나다.
나도 한동안 그렇게 생각했다. 밥자리에서 이것저것 먹고, 주변에서 잘 먹는다는 말도 들었으니까. 근데 양심적으로 생각해보면 안다. 한 번 먹을 때 많이 먹은 거지, 하루 동안 많이 먹은 게 아니었다는 걸.
아침은 귀찮고 입맛 없다는 이유로 습관적으로 건너뛰었다. 점심이 사실상 첫 끼니였다. 오전 내내 굶었으니 배가 고파서, 점심을 먹을 때는 폭식에 가깝게 먹게 됐다. 그러면 옆에서 보는 사람들 눈에 잘 먹는 사람처럼 보이는 거다. 근데 그렇게 배 터지게 먹고 나면 저녁이 별로 당기지 않는다. 조금 먹거나 그냥 넘어간다. 간식도 딱히 없었다. 과자나 디저트도 별로 좋아하지 않았으니까.
하루 전체를 놓고 보면 총 먹은 양이 생각보다 훨씬 적었다.
치킨 한 조각으로 들킨 현실
친척 동생이랑 치킨을 먹던 날이 생각난다.
내가 천천히 한 조각 뜯고 있는 동안 동생은 이미 세 조각을 먹고 있었다. 동생이 웃으면서 말했다. "이러니까 살이 안 찌지." 그 말이 딱 맞았다. 나는 천천히 한 조각 먹는 사람이었다. 잘 먹는다고 생각했는데, 옆에 놓고 보니 그게 아니었던 거다.
사람마다 배가 받아주는 양이 있다. 마른 사람은 한 번에 많이 넣으면 속이 불편하니까 자연스럽게 조금씩 먹게 되는 측면이 있다. 그게 나쁜 건 아닌데, 문제는 그 적은 양을 하루에 두 끼밖에 안 먹으면 총량이 너무 부족해진다는 거다. 살이 찔 수 있는 조건 자체가 안 만들어지는 거다.
한 끼를 많이 먹는 것과, 하루 동안 많이 먹는 것은 전혀 다른 얘기다. 나는 오랫동안 이 둘을 같은 말로 착각했다.

한 끼 폭식보다 하루 총량이 중요하다
살을 찌우려면 하루 동안 소모하는 칼로리보다 더 많이 먹어야 한다. 이건 기본 원리다. 근데 아침을 거르고, 점심에 몰아서 먹고, 저녁을 대충 때우는 패턴으로는 그 총량을 채우기가 어렵다. 한 끼에 아무리 많이 먹어도 나머지 끼니가 부족하면 결국 마이너스가 된다.
그렇다고 한 끼에 더 억지로 밀어 넣으면 되는 게 아니다. 위가 받아주는 데 한계가 있고, 무리하게 먹으면 속이 망가진다.
첫 PT 때 그렇게 했다가 건강이 나빠지는 걸 경험했다. 방법은 다른 데 있었다.
한 번에 많이 먹는 게 아니라, 여러 끼니로 나눠서 하루 총 먹는 양을 조금씩 늘리는 거다. 몸이 적응할 시간을 주면서 서서히 올리는 게 맞는 방향이었다.

먹는 것도 중요하지만 뭘 먹느냐도 봐야 한다
양만 늘린다고 끝이 아니었다. 과자나 빵 같은 것만 먹으면 배는 나와도 근육이 붙지 않는다. 몸이 필요한 영양소가 채워져야 살이 올바른 방향으로 찐다.
처음 PT를 받을 때 고기가 들어간 식사를 챙기고 단백질을 신경 쓰기 시작했는데, 그때부터 체중이 올라가면서 다른 부분에도 알이 배기는 느낌이 왔다. 뭔가 근육이 반응하는 느낌이었다.
결국 많이 먹는데 살이 안 찐다는 말은 대부분 틀린 말이다. 정확하게 말하면, 하루 전체로 보면 생각보다 많이 안 먹고 있는 거다. 마른 몸을 바꾸고 싶다면 오늘 하루 먹은 끼니를 솔직하게 돌아봐야 한다. 아침을 챙겼는지, 끼니를 거른 건 없는지, 간식은 있었는지. 체질 탓하기 전에 그게 먼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