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질 탓을 하던 시절
살 안 찌는 체질이라는 말, 나도 한동안 그 말을 진짜로 믿었다. 부모님도 마른 편이셨고, 나도 어릴 때부터 아무리 먹어도 살이 안 찌는 것 같았으니까.
친구들이랑 밥을 먹을 때도 나름 잘 먹는 편이었는데, 주변에서 항상 한마디씩 했다. 이렇게 잘 먹는데 왜 살이 안 쪄, 진짜 부럽다고. 그 말을 들으면서 속으로 그러게, 나도 왜 이러는지 모르겠다 싶었다.
유전적인 영향이 없다고는 못 하겠다. 기초대사량이 높으면 같은 양을 먹어도 소모가 더 많이 되니까, 상대적으로 살이 덜 찌는 건 사실이다. 근데 거기서 한 발 더 나아가 아예 살이 안 찌는 체질이 따로 있다는 건 맞지 않는다. 내가 직접 경험해봐서 안다. 먹는 양과 패턴을 바꾸니까 몸이 달라졌다. 체질이 아니라 습관이었던 거다.

나는 정말 많이 먹고 있었을까
멸치였던 시절 내 하루 식사를 돌아보면, 아침은 기본으로 건너뛰었다. 점심부터 하루가 시작되는 식이었다. 점심을 많이 먹는다고 생각했는데, 그게 한 끼 몰아먹기였다. 한 끼를 잔뜩 먹으면 다음 끼니는 배가 안 고파서 적게 먹거나 거르게 됐다. 하루 전체로 보면 총 섭취량이 생각보다 훨씬 낮았던 거다.
다른 사람들 하루 식사량이랑 비교해보면 차이가 컸다. 밥 한 끼에 많이 먹어도, 아침을 거르고 저녁을 대충 때우면 하루 칼로리가 턱없이 부족하다. 살이 안 찌는 게 체질 때문이 아니라, 그냥 덜 먹고 있었던 거다.
그걸 한동안 몰랐다. 아니, 알고 싶지 않았는지도 모른다. 체질 탓을 하는 게 편하니까.
살이 아예 안 찌는 체질은 없다. 살이 찌지 않는 습관을 반복하고 있는 거다. 체질과 습관은 다르다.
군대 가면 마른 사람도 살이 찌는 이유
군대 얘기를 잠깐 하자면, 마른 사람이 군대를 가면 체중이 느는 경우가 많다.
이유가 뭘까.
규칙적인 식사 때문이다. 아침, 점심, 저녁 세 끼를 빠짐없이 먹고, 배식받은 만큼 먹게 된다. 선택의 여지 없이 정해진 시간에 정해진 양을 먹는 거다. 그것만으로도 체중이 바뀐다. 체질이 달라진 게 아니라, 식사 패턴이 달라진 거다.
나도 군대를 다녀왔는데 그 원리를 그때는 제대로 이해하지 못했다.
규칙적으로 먹는다는 게 살찌우기에 얼마나 기본적인 조건인지를.
이게 단순해 보여도 막상 실생활에서 지키기가 쉽지 않다. 아침잠이 달콤하고, 바쁘면 점심을 대충 때우고, 피곤하면 저녁을 거른다. 그 패턴이 쌓이면 결국 총 섭취량이 부족해지는 거다.

마른 사람이 헬스를 하면 살이 빠질까
마른 사람이 헬스를 시작하면 오히려 더 빠지는 거 아닌가 걱정하는 분들이 있다. 나도 처음엔 그 생각이 있었다.
근데 실제로 해보면 다르다. 근력운동을 꾸준히 하면 근육량이 늘고, 근육은 지방보다 무겁다. 다이어트 식단을 병행하면서 운동했는데도 체중이 미세하게 늘었던 경험이 있다. 근육이 붙으면서 체중이 오른 거였다.
뼈만 보이는 멸치보다 슬림하면서 탄탄한 몸이 훨씬 낫다. 체중 숫자가 조금 올라가도 근육이 붙은 거라면 오히려 건강해 보이는 몸이 된다. 그러니 살 안 찌는 체질이라고 운동까지 포기할 필요는 없다. 오히려 헬스를 시작하면서 식사량을 조금씩 늘려가는 게 현실적인 방법이다. 한 끼에 많이 먹으려 하기보다, 끼니를 나눠서 하루 총 먹는 양을 늘리는 거다. 그게 속도 덜 불편하고 꾸준히 하기도 훨씬 낫다.
체질을 탓하기 전에 해볼 것들
살 안 찌는 체질이라는 말이 완전히 틀린 건 아니다. 유전적으로 기초대사량이 높을 수는 있다.
근데 그게 영원한 운명은 아니다. 먹는 패턴을 바꾸고, 거기에 근력운동을 더하면 몸은 반응한다. 내가 경험을 해보며 느꼈다. 체질 탓을 하며 포기하고 있던 시절보다, 뭔가를 바꿔보기 시작한 이후가 훨씬 달라졌으니까.
아직도 살 안 찌는 체질이라서 어쩔 수 없다고 생각하고 있다면, 딱 한 가지만 먼저 바꿔보길 권한다.
아침을 챙겨 먹는 것. 거창하지 않아도 된다. 간단한 거라도 먹고 하루를 시작해보는 것.
그게 첫 번째 변화의 시작이었다. 적어도 나한테는 그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