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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못된 벌크업으로 배만 나온 후기와 교훈

by comeupwith 2026. 7. 7.

체중이 늘었다는 것만으로 기뻤던 순간

체중이 늘었다는 것만으로 기뻤던 순간

처음 트레이너 말대로 무작정 먹으면서 운동하던 시절, 체중이 올라가기 시작했을 때는 진짜 기뻤다. 그동안 아무리 먹어도 꿈쩍 않던 체중계 숫자가 올라가는 게 처음이었으니까. 방법이 맞든 틀리든 그냥 기분이 좋았다. 몸이 달라지고 있다는 느낌 자체가 처음이었으니까.

 

그 기쁨이 한동안 계속됐다. 배가 나오는 건 알았지만, 그래도 체중이 느는 게 더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배 좀 나오면 어때, 그래도 멸치 소리는 안 들을 것 같으니까. 그렇게 합리화하면서 계속 먹었다.

 

 

친구들 말에 처음으로 뜨끔했다

친구들 말에 처음으로 뜨끔했다

잘못됐다는 걸 처음 감지한 건 친구들이랑 찍은 사진을 봤을 때였다. 어깨는 전보다 조금 벌어진 것 같기도 한데, 배가 먼저 눈에 들어왔다. 사진을 보면서 멸치는 탈출했는데 배가 이상하게 나온 사람이 된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친구들도 한 마디씩 했다. "야, 이제 말라 보이는 건 아니네. 근데 배가 많이 나왔다. 아저씨 같다." 친구니까 그냥 하는 말인 건 알겠는데, 멋져 보이고 싶었던 어린 마음에 약간 실망이 왔다. 말랐다는 말이 듣기 싫어서 시작한 건데, 이번엔 배 나왔다는 말이 들어오는 거다. 새로운 스트레스였다.

 

멸치 소리는 안 듣게 됐는데, 이번엔 배 나왔다는 말이 들어왔다. 하나를 해결하니까 또 다른 게 신경 쓰이기 시작했다.

 

길을 걸을 때 배가 신경 쓰이기 시작했다

멸치였을 때는 배에 대한 신경이 없었다. 배가 나올 게 없었으니까. 근데 배가 불뚝해지고 나서부터는 밖에 나갔을 때 배가 신경 쓰이기 시작했다. 옷이 배에 붙지는 않나, 걸을 때 어떻게 보이나. 이티처럼 보이는 건 아닌가 싶은 생각도 들었다. 마른 몸을 감추려고 헐렁한 옷을 입던 시절이랑 비슷한 자의식이, 이번엔 배 때문에 생긴 거다.

 

그게 좀 씁쓸했다. 뭔가를 해결하러 시작했는데, 해결되기는커녕 신경 써야 할 게 하나 더 생긴 느낌이었다. 멸치 콤플렉스 대신 배 콤플렉스가 생긴 거랄까.

 

벌크업이 아니라 살크업이었다

그 시절을 지금 뭐라고 부를까 생각해 보면, 벌크업이 아니라 살크업이었다. 근육이 붙은 게 아니라 그냥 살이 찐 거였다. 무작정 먹었으니까. 단백질이든 탄수화물이든 지방이든 뭐든 많이 먹으면 된다는 방식의 결과였다. 체중은 늘었는데 몸은 원하는 방향으로 가지 않은 거다.

 

이 경험이 나중에 두 번째 PT를 받게 된 계기가 된 것 같다. 그냥 이렇게 가면 안 되겠다는 생각, 제대로 된 방향을 찾아야겠다는 생각이 그때 처음으로 구체적으로 들었다. 잘못됐다는 걸 느껴야 제대로 된 방향을 찾으려 하게 된다는 게, 돌이켜보면 그 살크업 시절이 가진 의미이기도 했다.

 

그래도 한 번은 해볼 만했다는 이유

잘못된 벌크업이었고, 배가 나왔고, 튼살도 생겼다. 그게 다 후회냐고 하면 꼭 그렇지는 않다. 그 경험이 없었다면 뭐가 잘못된 건지 몰랐을 거다. 직접 겪어봐야 어디서 잘못됐는지, 다음엔 뭘 달리해야 하는지가 보인다. 이론으로 읽는 것과 몸으로 겪는 건 다르다.

 

멸치탈출을 꿈꾸다 살크업을 경험한 그 시절이, 지금의 나를 만드는 과정 중 하나였다. 시행착오를 거치면서 하나씩 자신에게 맞는 방법을 찾게 됐고, 그게 꾸준히 운동을 이어올 수 있는 바탕이 됐다. 완벽한 시작보다 일단 시도하는 것, 그 시도에서 배우는 것. 그게 결국 더 오래 가게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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