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알아보지도 않고 무작정 등록했다
처음 헬스장을 등록할 때는 진짜 아무 준비도 없었다. 이곳저곳 알아보고 비교해서 고른 게 아니라, 그냥 동네 주민센터에 있는 헬스장에 무작정 찾아가서 바로 끊었다. PT라는 개념도 몰랐고 헬스장이라는 공간 자체가 낯설었다. 그냥 멸치인 내 몸이 너무 싫어서, 뭐라도 해야겠다는 마음 하나로 들어간 거였다.
문을 열고 들어가니 기구들이 여기저기 놓여 있었다. 이름도 모르고 뭘 어디에 쓰는 건지도 몰랐다. 처음 보는 쇠 덩어리들이 즐비하게 있는데, 어디서부터 시작해야 하는지 감도 안 잡혔다. 직원이 간단하게 기구 사용법을 설명해줬는데 그 순간만 들었지 돌아서면 다 까먹었다.
옆 사람 곁눈질로 따라 해봤지만
일단 다른 사람들이 하는 걸 옆에서 슬쩍슬쩍 봤다. 저 사람은 저 기구를 저렇게 쓰는구나. 나도 해봐야지 싶어서 자리에 앉았는데, 막상 하려니 이게 맞는 건지 어리둥절했다. 무게는 얼마로 해야 하는지, 몇 번이나 해야 하는지, 어디에 힘을 줘야 하는지 전혀 몰랐다. 그냥 흉내만 낸 거였다.
이건 아닌 것 같다 싶어서 결국 런닝머신으로 갔다. 런닝머신은 그냥 올라가서 걸으면 되니까. 적어도 이건 뭘 어떻게 해야 하는지 몰라서 가만히 서 있는 것보다는 낫다는 생각이었다. 그렇게 런닝머신을 한 시간 타고 집에 돌아왔다. 운동하고 왔다는 기분은 나는데, 뭔가 찝찝했다.

집에서 이론 공부는 열심히 했다
집에 오면 인터넷 검색을 했다. 헬스장에서 봤던 기구들을 하나씩 찾아봤다. 아, 저게 레그 익스텐션이었구나. 저건 벤치프레스구나. 사용 방법도 찾아보고 어느 부위에 좋은 운동인지도 읽어봤다. 화면으로 볼 때는 이해가 됐다. '내일은 저거 해봐야지' 하고 다짐도 했다.
근데 막상 다음날 헬스장에 가면 또 그대로였다. 화면으로 봤던 동작이 실제 기구 앞에 서면 생각이 안 났다. 이게 맞는 자세인지 확신도 없고, 제대로 하고 있는 건지도 모르겠고.
지금 생각해보면 그때는 자극이라는 개념 자체가 없었다. 근육에 집중해서 느끼면서 운동해야 한다는 걸 몰랐으니까, 그냥 몸이 움직인다고 해서 운동이 되는 줄만 알았던 거다.
이론은 알겠는데 실전에서는 아무것도 못 하는 상태. 헬스 초보가 정보만 많으면 오히려 더 막막해지는 이유가 있었다.
몸 좋은 사람 옆에 가면 자리를 피했다
시간대가 안 좋았던 것도 있었다. 퇴근 시간대라 사람이 꽤 많았다. 그중에 몸이 확실히 좋아 보이는 사람들도 몇 있었는데, 그 사람들 옆에 있으면 괜히 주눅이 들었다. 말랐던 내 몸이 더 초라하게 느껴졌다. 옆 자리에 그런 사람이 오면 슬쩍 자리를 피하게 됐다.
기구를 쓰다가 누군가 다가와서 "혹시 몇 세트 남으셨어요?" 하고 물어보면 바로 일어났다. 사실 막 쓰던 것도 아니었는데, 그냥 얼른 자리를 비워줬다. 기구에 대한 확신도 없고, 내가 제대로 쓰고 있는 건지도 모르는 상황이니까 누군가 말을 걸면 더 당황스러웠던 것 같다. 그렇게 기구 앞에 잠깐 서 있다가, 결국 또 런닝머신으로 갔다.

출석 자체에 만족하고 있었다
그러다 보니 패턴이 생겼다.
헬스장에 간다 > 기구 앞에서 어물거린다 > 런닝머신 탄다 > 집에 온다.
이게 반복이었다. 그래도 나름 헬스장을 갔다 왔다는 사실 자체에 뿌듯함이 있었다. 오늘도 갔다 왔으니까 뭔가 하긴 한 거잖아, 하는 식이었다.
근데 체중계는 꿈쩍도 안 했다. 아니, 오히려 살이 조금 더 빠진 것 같기도 했다. 마른 몸을 찌우고 싶어서 헬스장을 등록했는데, 런닝머신만 타고 오니 체중이 더 빠질 판이었다. 이게 맞나 싶었지만 어떻게 해야 할지를 몰랐다. 결국 한 달도 제대로 채우지 못하고 발길이 끊겼다. 첫 번째 헬스장 도전은 그렇게 조용히 끝났다.
지금이라면 이렇게 시작했을 거다
돌이켜보면 무작정 등록한 게 문제였다. 바뀌고 싶다는 마음이 간절했던 건 맞는데, 그 마음만으로 헬스장 문을 열어서는 안 됐다. 지금이라면 먼저 유튜브나 SNS에서 헬스 초보 영상을 찾아봤을 거다. 마른 체형이 어떤 운동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 식단은 어떻게 가져가야 하는지, 최소한 이 정도는 알고 들어갔어야 했다.
헬스장에 가는 것 자체보다, 가서 뭘 해야 하는지를 먼저 아는 게 더 중요하다. 목적 없이 가면 결국 런닝머신만 타다 오게 된다. 내가 그랬던 것처럼. 사전 조사 없이 시작하는 건 의욕만 낭비하는 거다. 간절함은 충분한데 방향이 없으면, 그 간절함이 오래 못 간다는 걸 그때 처음 알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