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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레이너 말만 믿고 무식하게 먹었던 벌크업의 부작용

by comeupwith 2026. 6. 21.

헬스장에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전화를 걸었다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전화를 걸었다

전단지에서 "마른 몸 탈출"이라는 문구를 본 날, 집에 와서 한참을 머뭇거리다가 전화를 걸었다. 두근두근했다. 별것 아닌 전화인데, 뭔가 큰 결심을 하는 것 같은 기분이었다.

 

"여보세요, 피티 등록하고 싶어서요"

 

목소리가 괜히 떨렸다. 트레이너는 상담받으러 오라고 했고, 그날 바로 찾아갔다.

 

상담은 길지 않았다. 내 체형이랑 목표를 얘기하니 트레이너가 바로 답을 내놨다. 일단 무조건 많이 먹어야 한다고. 마른 몸은 먼저 찌우는 게 먼저라는 거였다. 아침은 당연히 챙기고, 중간에 빵도 사 먹고, 점심 먹고 나면 우유 500ml를 추가로 마시라고 했다. 토 나올 것 같을 때까지 먹으라는 말도 했다. 처음엔 뭐야 싶었지만, 일단 믿어보기로 했다.

 

동네빵집 사장님이 내 얼굴을 알아볼 때까지

그날부터 진짜로 먹기 시작했다. 학교 들어가기 전에 근처 빵집에 들러서 빵을 샀다. 매일 갔다. 쉬는 시간마다 가방에서 빵을 꺼내 먹었다. 얼마나 매일 같이 갔으면, 어느 날 사장님이 나를 보더니 "오늘도 빵이에요? 빵 좋아하세요?" 하고 물어보는 거다. 단골이 돼버렸다. 빵 좋아서 간 게 아닌데, 설명하기가 뭣해서 그냥 웃고 말았다.

 

점심은 돈까스나 제육볶음처럼 고기가 들어간 걸로 먹었다. 다 먹고 나서 편의점에 가서 우유 500ml를 샀다. 배가 이미 부른 상태에서 우유를 들이붓는 기분이었다. 헛구역질이 올라오는 걸 참으면서 끝까지 마셨다. 그걸 매일 반복했다. 지금 생각하면 참 미련한 짓이었는데, 그때는 트레이너가 시키는 대로 하면 된다고만 생각했으니까.

 

토 나올 것 같을 때까지 먹으라는 말을 진짜로 실행에 옮기고 있었다. 간절함이 그 정도였다.

 

운동하고 집에 오면 그냥 쓰러졌다

먹는 것만 힘든 게 아니었다. 수업 마치고 PT를 받으러 가면, 처음 접하는 동작들이라 자세가 제대로 안 잡혔다. 트레이너가 옆에서 보조를 해주면서 무게를 올렸는데, 몸이 헬스 자체에 익숙하지 않다 보니 뭘 해도 어설펐다. 그래도 열심히 했다.

 

문제는 집에 돌아오고 나서였다. 녹초가 따로 없었다. 먹는 것도 벅차고 운동도 처음이니 몸이 버텨내질 못하는 느낌이었다. 다음날이 되면 온몸이 쑤셨고, PT 받은 날 저녁에는 팔이 저려서 잠을 설친 날도 있었다. 그래도 몸이 반응하고 있다는 신호라 생각하고 버텼다.

 

체중은 늘었는데, 배만 많이 나왔다

체중은 늘었는데, 배만 많이 나왔다

몇 주가 지나니 체중계 숫자가 올라가기 시작했다. 처음으로 체중이 느는 걸 경험한 거다. 기뻤다. 근데 거울을 보면 좀 달랐다. 몸이 좋아진 게 아니라, 배가 불뚝 나온 모양새였다. 옆구리 쪽으로 튼살도 생겼다. 갑자기 살이 붙으면서 피부가 버텨내지 못한 거였다.

 

트레이너한테 배가 너무 많이 나오는 것 같다고 했더니, 일단 찌우고 나중에 다이어트로 빼면 된다고 했다. 그 말이 영 찜찜했다. 뭔가 몸이 좋아지는 게 아니라 망가지는 기분이 드는 거다. 지금 생각하면 그 방식이 비효율적이었고, 트레이너도 딱히 실력 있는 분은 아니었던 것 같다. 그때 생긴 튼살은 지금도 남아 있다.

 

그래도 그 시절이 없었다면

첫 PT는 아쉬운 점이 많았다. 무식하게 먹는 방법, 배만 나오는 벌크업, 남은 튼살. 뒤돌아보면 잘못된 부분이 한두 개가 아니다. 그런데 이상하게 그 시절을 완전히 후회하지는 않는다. 그 간절함이 없었으면 아예 시작도 못 했을 테니까. 체중계 숫자가 처음으로 올라가던 그 순간, 아 되는구나 싶었던 그 느낌. 그게 나를 계속 붙잡아뒀던 것 같다.

 

PT가 끝나고 혼자 운동을 이어가려 했는데, 얼마 못 가 원래대로 돌아가고 있는 나를 발견했다. 방향을 잡아주는 사람이 없으니까 금방 흐트러졌다. 결국 헬스는 처음 시작도 중요하지만, 그 이후를 어떻게 이어가느냐가 더 중요하다는 걸 그때 처음 깨달았다. 첫 PT는 그렇게 미완성으로 끝났지만, 그게 다음 단계로 가는 계단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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