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인이 되고 나서야 다시 불꽃이 켜졌다
직장을 다니며 월급을 받고, 차곡차곡 돈이 모이기 시작하면서 다시 생각이 났다. 멸치탈출.
첫 PT 이후로도 마음속에 항상 남아있던 갈증이었다. 첫 PT 때보다 체중이 조금 늘긴 했지만, 그래도 여전히 말라 보이는 건 어쩔 수가 없었다. 옷을 고를 때도 항상 딱 맞는 사이즈보다 여유 있는 걸 골랐다. 마른 몸을 감추고 싶어서. 몸이 내 자신감을 갉아먹는 게 느껴졌다.
이번엔 무작정 등록하지 않았다. SNS를 뒤졌다. 멸치탈출 카테고리로 피드를 찾아보니 관련 게시물이 꽤 많았다. 그중에서 마른 사람들의 비포애프터 사진을 꾸준히 올리는 트레이너 계정에 눈이 갔다. 사진 속 변화가 눈에 띄었다. 한참 고민하다가 연락을 했고, 찾아가서 등록했다. 집에서 가까운 거리도 아니었는데, 그건 중요하지 않았다. 그만큼 간절했으니까.
두 번째 트레이너는 달랐다
첫 번째 트레이너가 무조건 많이 먹으라고 했다면, 두 번째 트레이너는 달랐다. 내 현재 상태를 보더니 먼저 체지방을 빼야 한다고 했다. 배가 나와 있는 상태에서 벌크업을 바로 시작하는 건 비효율적이라는 거였다. 일단 체지방을 줄이고, 그다음 단계에서 벌크업을 하는 순서였다.
식단을 알려주셨다. 다이어트 식단이었다. 매 끼니를 사진 찍어서 트레이너한테 보내야 했다. 하루도 빠짐없이.
처음엔 좀 부담스러웠는데, 누군가한테 검사를 받는다는 게 생각보다 큰 동기부여가 됐다. 대충 먹으면 티가 나니까 제대로 지키게 됐다.
새벽 공복 유산소, 진짜 하기 싫었다
PT를 받고 나면 유산소 운동을 한 시간 더 했다. 그것도 모자라서 새벽에 알람 맞춰 일어나 공복 유산소까지 했다. 눈 뜨자마자 나가서 뛰고, 인증 사진 찍어서 트레이너한테 보내고, 씻고 출근했다. 솔직히 말하면 하기 싫은 날이 훨씬 많았다. 알람 소리 들으면 그냥 끄고 싶었다. 근데 이상하게 트레이너한테 보내야 한다는 생각에 일어나게 됐다. 혼자였으면 절대 못 했을 거다.
간절함 하나만으로 혼자 해내기 어렵다면, 누군가 옆에서 봐주는 것만으로도 포기하는 횟수가 확연히 줄어든다. 그게 PT의 장점이었다.
한 달이 지나자 복근이 보이기 시작했다
한 달이 지나면서 몸이 달라지기 시작했다. 체중이 줄면서 배가 홀쭉해졌다. 그리고 복근 라인이 희미하게 보이기 시작했다. 거울 앞에서 멈춰 서서 한참 봤다. 배만 불뚝 나왔던 내가, 처음으로 뭔가 다른 모습이 된 거였다. 그 느낌이 신기하면서도 뭔가 뭉클했다.
트레이너가 그 시점에서 벌크업 식단으로 전환을 시켜줬다. 매 끼니마다 탄수화물을 조금씩 늘려가면서 체중 변화를 관찰하는 방식이었다. 무조건 많이 먹던 첫 번째 PT와는 접근 자체가 달랐다. 순서가 있었고, 이유가 있었다. 이게 제대로 된 방향이라는 게 느껴졌다.

몸만 달라진 게 아니었다
PT를 받으면 마른 몸이 달라지냐고 묻는다면, 달라진다고 답하겠다. 근데 조건이 있다. 어떤 트레이너를 만나느냐, 그리고 목적이 무엇인지에 따라 결과가 크게 다르다. 나는 두 번의 PT를 통해 그 차이를 직접 겪어봤으니까.
그리고 하나 더. 몸만 달라지는 게 아니었다. 새벽에 일어나 운동하는 습관, 매 끼니를 사진 찍어 기록하는 습관, 뭔가를 꾸준히 해냈다는 경험들이 생활 패턴 전체를 바꿔놨다. PT가 끝나고 나서 다시 원래대로 돌아가는 부분이 생기더라도, 그 변화를 한 번이라도 경험한 것 자체가 달랐다. 어떻게 하면 몸이 바뀌는지 몸으로 알게 된 거니까. 그 경험은 사라지지 않는다.
PT를 고민하고 있다면, 일단 해보는 걸 권하고 싶다. 완벽한 트레이너를 찾으려 너무 오래 고민하는 것보다, 직접 겪어보면서 배우는 게 빠를 수 있다. 나처럼 두 번, 세 번 돌아가더라도 그 과정이 쌓이면서 결국 방향이 잡히게 된다.